안철수는 서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 2017. 11. 22. 00:08 Posted by 해양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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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pKv_wua6kFE



 

 정치인 중 내가 지켜보면서 가장 많은 실망을 거듭한 정치인으로 안철수를 꼽겠습니다. 정말 절망적일 정도로 재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무슨 재능은 없는데 좌절해가면서도 노력으로 성장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스포츠 만화라도 보는 기분입니다.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차기 대통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안철수를 꼽겠습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높은 인지도와 과거부터 앞으로 쭉 서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입장이 이유라 하겠습니다.

 

 MythEpic, Saga같은 단어는 판타지 같은 어감을 꽤 가지고 있습니다만, 실제 우리가 하루하루 써가고 겪는 역사 속에서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이어집니다. 시민들은 정치인에서 서사와 신화를 보고 싶어 하며, 서사가 약한 사람은 선거에서 불리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경향이 실제로 있습니다. 박근혜의 서사는 총에 육영수와 박정희를 잃고 몰락했다 다시 일어나, 한나라당을 천막당사로 구하고 뺨이 칼에 베이면서도 매 선거마다 당을 승리로 이끈 것입니다. 문재인의 서사는 노무현과 함께 변호사로 일하다 노무현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상을 치르고 정치에 뛰어들어 대선을 한 번 지고도 다시 일어나, 박근혜에 맞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젠틀하면서도 친절한 이미지로 대선까지 압승한 것이지요. 이 과정의 디테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원래 신화들은 앞뒤가 좀 안 맞거나 끼워 맞춰야 하는 게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안철수는 잠시 정계은퇴를 하던지, 어디 떠나 잠적해있는 게 나았습니다. 지선에서 서사를 이어나가기 힘든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안철수는 이젠 좀 우직해진 것 같습니다. 적어도 투지는 남아있는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짜증나는데 싫어하긴 힘든 스타일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딱히 다른 기대주도 없고요.

 

 안철수가 막상 해야 하는 과제는 정말 험난합니다. 일단 박정천은 잃을지언정 호남 전반과 갈라져선 안 됩니다. 안철수는 가진 게 많지 않아요. 만약 호남과 완전 결별하면 자한당에라도 들어가야 할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유승민과 손잡고 홍준표와 딜을 하긴 해야합니다. 지선에서 삼파전이 되면 안철수-유승민이고 자한당이고 공멸입니다. 이에 더해 안철수가 광역단체장으로 어딘가 직접 출마해서 이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또 그 전에 안철수 없어도 당이 잘 돌아가게 만들어놔야겠지요.

 

 이러고 자한당이 박근혜 유죄 나오면서 친박 정리되고 안철수-유승민 세력과 어찌 합쳐지고, 안철수는 광역단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때와 같은 성과를 올리면 안철수는 아주 강한 차기대선후보가 될 겁니다. 이렇게 써놓으니까 밸런스 패치가 필요한 난이도 같긴 한데, 안철수는 지금껏 잃은 게 너무 많아서 어지간한 위업 이루지 않고는 대통령 되기 힘듭니다. 토론 나오면 마이너스인 편이라 실제 뭔가 해서 업적을 보여줘야만 성과가 됩니다.

 

 나의 판단은 이렇고, 그렇다보니 안철수를 응원할지 말지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게 어디 가능성이 얼마나 있어보여야 말이지요. 어쨌든 안철수에겐 내년 지선이 승부처입니다. 이번에 지면 뒤는 없을 가능성이 높아요. 지선 접을 거면 지금 접어야 합니다.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게 안철수라지만 안철수의 가능성도 딱히 높은 건 아닙니다. 깜깜하고 흐린 밤하늘에 스산한 달만 보이고 가장 밝은 별도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랄까요. 그래도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고,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는 법이고, 안보여도 별은 떠있는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