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어떻게 대중을 기만하는가?

정치 2015. 2. 20. 17:07 Posted by 해양장미

 몇몇 커뮤니티들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것 같은데, 조선일보에서 ‘19대 국회 이념분석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해당 기사를 링크합니다. 세 기사로 나뉘어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18/2015021800214.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18/2015021800208.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18/2015021800220.htm

 

 그런데 저로서는 이 기사를 보자마자 분석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양당의 이념차는 저렇게 크지도, 분명하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조사하면 저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건가 싶었지요.

 

 조금 보니 조사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의원 多數 찬성한 법안에 찬성했다면 '保守 점수' 부여의 방식을 썼다고 두 번째 링크의 시작부분에 적혀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찬성한 법안은 그 내용과 무관하게 보수점수가 올라가도록 계산되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방식은 역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찬성한 법안에 찬성을 안 할수록 진보로 나오고, 새누리당의 당론 및 경향을 따를수록 보수로 나오는 분석입니다. 역시나 조선일보답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기사 및 이에 대한 커뮤니티들의 반응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일단 이 기사는 프레임 및 해석부터가 문제입니다. 새누리당 당론 = 보수이념이라는 전제부터가 틀렸습니다. 새누리당이 무슨 보수이념의 화신이라도 되나요? 당의 평균 성향을 보수이념으로 규정한 것부터 문제가 많은 겁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기만당합니다.

 

 전제가 잘못되었으니 그 반대 - 즉 진보성향에 대한 분석 - 도 어이없는 결과가 나옵니다. 새누리당의 주장에 반대할수록 진보입니까? 이는 진보에 대한 모독과 왜곡입니다. 일단 새누리당이라고 진보적인 당론이 없는 게 아닙니다. 또한 진보는 안티질이 아닙니다. 주도적인 변화 이념은 진보여야 하고 보수는 그에 맞서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되어야 본래의 뜻에 맞습니다. 한국의 속칭 진보가 전혀 진보답지 못한 건, 진보가 스스로 가치를 추구하는 게 아니고 안티질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본 분석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분석은 새누리에 비해 새민련이 덜 결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동시에 양당이 잘 화합하고 있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지요. 어떤 의원이 비교적 당론과 다른 방향의, 비교적 온건한 찬반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그렇지만 그뿐입니다. 이 분석은 각 당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원천적인 문제는 새누리와 새민련간의 이념 차이가 크지 않고, 둘을 보수와 진보로 명료하게 나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착한 FTA니 좌파 신자유주의니 이런 말들이 자꾸 나오는 건, 새민련이 본질적으로 이념이 없는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도 보수정당이라기엔 그다지 보수적이지 않고요. 그러니 본 기사와 같은 분석이 유효하려면 먼저 양 당의 이념 문제부터 정리가 되어야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에 연이은 현실적인 문제는 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본 기사는 결코 각 법안의 내용과, 그 내용이 사회에 주는 영향을 다루지 않고 그것을 은폐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지 않고, 본질을 오도하는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본 기사를 이념적으로받아들입니다. 분석의 본질에 대해서는 이해 없이 말입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해당 기사에 대한 발언들 또한 조사 방식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이런 기사에 기만당하기 쉬운지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커뮤니티에 저런 기사를 올리고, 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기사엔 너무나도 무력하게 농락당한다는 것이지요.

 

 이런다고 제가 딱히 조선일보를 싫어한다거나 안티조선운동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찌라시 소리를 듣는다지만 사실 정치면 빼면 품질이 좋은 신문이거든요. 조선일보만 대중을 기만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다만 조중동은 찌라시!’를 외치던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 기만에도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실소가 나오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