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저장소 이야기

사회 2014. 9. 7. 15:32 Posted by 해양장미

 드디어 일베충들이 양지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건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그동안 일베에 대해 따로 이야기하는 걸 미루고 피해왔는데, 이제는 좀 언급해줘야 할 시각이 온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본 블로그의 글 중 일부가 불펌에 의해 일베에 오르기도 하고, 본 블로그에 일베유저들도 종종 다녀가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쭉 일베는 법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입니다. 일베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고 반사회성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일베는 본 블로그에 집단적 공격성을 보인 사례가 있는 커뮤니티 3곳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내 반사회성 문제는 인터넷 초창기 대중화 과정 때부터 사회적 논의였던 문제입니다. 그 때부터 한참동안 규제가 필요하다 VS 자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사실 이 때 자정론을 내세운 쪽은 진보세력이었습니다. 국가의 월권과 폭력성에 대한 경계는 대체로 진보세력의 몫이니까요.

 

 이후 실제 한국 정부는 인터넷을 꽤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 한국은 국제적으로 인터넷 통제 국가에 해당합니다. - , 그것은 다분히 반쪽짜리여서 어느 쪽에는 과하지만 어느 쪽에는 방관이나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저는 이러한 인터넷 규제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고 제멋대로인데다 국민들의 동의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동시에 저는 인터넷 세상에 대한 다소의 제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과 정도, 방식이 문제죠. 세상은 어느 정도의 공적인 규제가 있는 게 좋은 곳입니다. 그것은 치안과 정당한 행복 추구권의 문제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일베 문제를 좀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그 반사회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제어할 방안을 찾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장 일베를 싫어하는 사람들 중 일부조차도 일베를 폐쇄하는 것에 반대하였습니다. 제 생각엔 그것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일베를 정치 논리로 접근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베는 그 커뮤니티가 가진 강한 정치성 때문에 본질적인 반사회성 문제가 종종 은폐되었다는 게 제 사견입니다.

 

 사실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 문제만 본다면 일베를 최악의 커뮤니티라 하긴 어렵습니다. 저는 블로그 특성 상 온라인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일정 정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특히 일베는 본 블로그의 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게 될 때가 있는데 저의 판단으로 일베는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 부문에서 독보적 최고는 아닙니다. 실제 노동이나 최저임금 논의에선 일베 회원 중 제법 다수가 꽤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일베의 주된 구성원이 저연령대저소득층인 것과 관계가 있을 겁니다.

 

 다만 일베의 반사회성 문제는 심각합니다. 일베는 한때 논의되었던 인터넷 자정론 자체를 모두의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게 할 정도의 반사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반사회성이라는 것은 규범, 윤리, 도덕 등을 어떠한 정당성 및 대안 없이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불량배 집단이고, 불량배 양성소입니다. 이것은 일베의 일차적인 아이덴티티입니다. 그러니까 일베회원들이 일베충 소리를 듣는 거고요.

 

 가끔 이들을 파시스트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베는 파시즘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실제 한국에서 파시즘에 훨씬 가까운 쪽은 현재의 야권, 특히 깨시민들 쪽입니다. 물론 일베는 전체주의 및 권위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것이 파시즘은 아닙니다. 이것을 구분하려면 파시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현재 문제는 일베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한데, 어쩌다보니 일베 같은 F급 지향 커뮤니티가 한국 온라인 사회 내에서 새누리당-여당 및 과거의 이승만 정권, 군사정권, 기타 모든 우익 전체를 어느 정도 대변하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원래 일베 같은 곳은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지금 정도 규모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죠.

 

 그나마 최근까지 일베는 친목질을 금지하고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양지로 나서지는 않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세월호 정국이 길어지면서 결국 일베충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참 아름답지 못한 사태입니다.

 

 그러게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너무 첨예해지고 길어지면 별 일이 다 일어난다니까요.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든 새민련 비판 간단히만 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당신들 참 대단한 성과를 냈습니다.

 

 넘어가서, 일단 사태가 이렇게까지 꼬이게 만든 일등 공신은 깨시민입니다. 오죽하면 일베충은 깨시민의 사생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있을 정도죠. 물론 깨시민도 일베충도 인정 못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노빠 깨시민이 없었다면 현재의 거대한 일베가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노빠 깨시민들이 온 인터넷 세상을 점령하고 반대자들을 낙인찍고 내 쫓으면서 그들 중 일부가 일베로 모였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베충 낙인을 찍어대고 있고요.

 

 만약 일베에 위와 같은 망명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면 일베는 그냥 반사회적 저질, 불량, 막장 중소규모 커뮤니티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안철수 지지자들까지도 배척하는 뺄셈의 달인집단 깨시민들에 의해 엄청난 인파가 결국 일베로 향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친노 패권을 우려한 새누리당의 비호가 덧붙여지면서 - 아마도 뒤를 봐주고 거라는 의혹이 많이 나오는 게 현실이고,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 일베는 상당한 규모로 자라났고, 결국 극단화되어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치적 조직화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마 새누리당 지지자 - 느슨한 지지자를 포함 - 70% 이상은 일베를 막상 보면 기겁할 겁니다. 일베의 저열함과 불량함은 어떠한 변론 또는 옹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일베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일베가 사라지면 인터넷 여론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점령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그런 시절을 겪었고요. 어쩌면 일베의 저열함 자체가 일련의 정치적 기획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열함에 끌릴 것이고, 누군가는 저열함을 혐오하게 된 나머지 비이성적으로 타자를 배척하게 될 테니까요. 깨시민들과 도그파이트를 벌일 수 있는 집단을 발굴양성하다 보니 결국 일베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이런 일베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현 정부는 이것에 협조적일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아마 일베도 사라지겠지만, 2의 일베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일베 같은 곳이 크게 자라날 수 없는 인터넷 토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 자정론을 다시 꺼내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보다 중립적이고 교양 있는, 그리고 재미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합니다. 이런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만, 최소한 깨시민들이 어딘가에서 내 쫓은 인물들이 자리 잡을 곳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게 없으면 설령 현재의 일베를 무너뜨리더라도 제2의 일베가 생깁니다.

 

 한편 더 나은, 그리고 온건한 정치 세력을 건설하고 발굴하고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극단화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극단화되고, 명백한 사회문제도 해결 및 개선이 안 되는 현실에서는 악이 추가적인 악을 불러옵니다.

 

 또 새누리당 및 그 지지자들은 좀 더 장기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숙고해봐야 합니다. 일베 같은 걸 품고 가는 건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입니다. 좀 더 긍정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최소한 투트랙으로라도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게 현재의 새누리당 및 그 지지 세력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은 약점도 많고 갈 길도 먼 정당이고, 정치지형이 바뀌면 분당할 정당으로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현재의 야권을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야당 반대자들이 그에 대한 집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행위는 타인을 설득하고 나와 우리의 정당성을 드러내는 과정입니다. 일베가 새누리당과 정부의 이미지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면서 첨언합니다. 일베는 철저히 마이너리티를 지향하는 곳입니다. 그들이 양지로 나온다고 해서 그들이 메이져를 지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일베는 깨시민을 향한 소모성 돌격대이며, 결국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일베가 스스로 창출하는 명분이나 가치, 설득력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인터넷 세상에서 깨시민과 일베충이 양대 세력인 것은 한국의 양당이 새누리당과 새민련인 것보다 더 비극입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