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축소 논란

정치 2013. 9. 24. 18:02 Posted by 해양장미

 성공한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나는 ‘어려울 때 복지를 축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실패한 복지국가들은 이것을 해내지 못했다.


 각 가정도 수입이 좋아지면 씀씀이가 좋아지지만, 재정이 악화되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산이 줄어들고, 더 나아가면 빚이 너무 많아지면서 재정건전성이 심하게 악화된다. 그런데 이건 국가도 마찬가지다.


 도이칠란트와 일본을 비교하자면 독일은 재정이 악화되었을 때 복지를 줄이고 공공지출을 아끼고 세금을 더 걷는 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독일은 재정이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여전히 잘나가고 잘산다. 그러나 일본은 공공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지속적으로 실패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 감당 불가능한 거액의 국가부채를 떠안고 침몰해가는 중이다.


 세금을 더 걷는 거나 복지를 줄이는 것, 이 모든 것은 국가와 국민간의 협조가 필요하다. 일본을 보면 일본 수상은 고이즈미 이후 평균 임기 1년 수준이고, 일본 국민들은 아무런 양보도 하고 싶지 않아한다. 그렇기에 일본은 점점 망해간다. 물론 우리는 저런 나라를 닮아서는 안 된다.


 ‘박근혜정부[각주:1]’가 계획대로 복지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결정은 나름대로 훌륭하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 그리고 반복되는 미합중국의 출구전략 시도는 예상보다 한국에 좋지 않았고, 생각만큼 빨리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동시에 세수도 부족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부는 빨리 세수를 확충하고 공공지출을 긴축하려는 중이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좋은 선택이다. 이럴 때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말은 ‘너무 안전제일주의 아니냐?’ 정도인데, 나는 평소에는 안전제일주의를 결코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정책에 찬성한다. 세계경제는 긴 혼조세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지만, 그만큼 불안정성도 크다. 이럴 때는 리스크를 줄이고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절대 외국인 투자자들을 나쁜 쪽으로 자극해서는 안 된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올 때도 한국 펀더멘탈은 좋았다.


 대선 때에 비해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게 아니냐고, 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현실은 현실이다. 포퓰리즘 공약 다 지키는 정권보다는 현실적으로 대응하는 정권이 훨씬 좋은 정권이다. 그리고 만약 문재인이 대통령 되어서 그 공약 지키려 드는 건 상상만 해도 암담하다.


 물론 당선 후 공약을 100% 지키는 정치인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 정도면 지키려고 그래도 노력은 많이 한 편이다. 물론 대통령의 인식이 좀 느슨한 면은 있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고, 나는 그 선택이 충분히 현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지하경제를 건드리는 건 정말 어렵다. 박근혜가 반듯하고 곱게 살아온 편이라 한국 지하경제 현실을 잘 몰랐을 거라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 또한 이번 선택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대통령이 본인의 이미지 관리나 인기를 더 중시했다면 일단 채권을 찍고 그 후 증세를 해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는 증세를 위한 포석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경우라도 좋다. 대통령이 당장 부채를 늘리지 않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나는 그것을 지지하려 한다. 다만 인사문제만큼은 잘 좀 했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못한다. 이번에도 장관을 자를 일은 아닐 텐데.



  1. 쓸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붙여 써주려니 좀 신경 쓰인다. [본문으로]